전시 구성
1. Video
<Layers>, 싱글채널비디오, 4K, 7분 48초, 2025
<흐르는 경계: 강, 그리고 기억들>, 싱글채널비디오, 4K, 3분 53초
<Dispositif_I>, 싱글채널비디오, 4K, 2분 25초, 2025
2. 설치
<Dispositif_II-II>, 복합재료, 30cm x 50cm x 130cm, 2025
<Figure_24_01>, 복합재료, 45cm x 55cm x 10cm, 2025
<Dispositif_II-I>, 복합재료, 1m x 1m x 1.5m, 2025
<Dispositif_II-III>, 복합재료, 30cm x 50cm x 50cm, 2025
<<Layers>>展에서 전시, 소금나루 작은미술관, 울산, 2025
Layers_싱글채널비디오_4K_7분 48초_2025
미끄러지며 기대는
내가 너와 다른 것은 잘 알고 있다.
다만 나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옅어지는 순간들 속에서 나는 너를 볼 수 있었다.
너를 발견하는 순간은 무력한 나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의 프레임 사이에 있다.
그것은 스스로를 타자화하며 나를 잃어버리는 순간이다.
<Layers>는 강의 시간성 속에 녹아있는 인간과 비인간 자연을 포함하는 다양한 타자들의 생태학적 얽힘에 대하여 탐구한다. 그들은 각자 고유의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존재하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강의 시간성을 매개로 연결되어 얽혀 있다. <Layers>는 2024년부터 수집된 대만 타이베이 신뎬 강(Xindian River), 타이난 옌수이강(Yanshui River) 지역을 중심으로 수집된 존재자들, 장소들, 그리고 2025년 울산 태화강을 지역을 중심으로 수집된 다양한 타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실제와 픽션이 합성된 가상의 시나리오를 구상하여 제작하였다. 대만 신뎬강 상류 고산 지대에 사는 원주민 Atayal 부족의 전설, 일제 강점기에 건설된 공관 옛 저수지와 타이난 안핑나무집 이야기들, 그리고 울산 태화강 상류의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선사시대 주술사(추정) 얼굴, 강을 따라 늘어서 있는 화학 공단과 그 경계 틈에서 자라나는 이끼들… 영상 작품 <Layers>에서는 강을 매개로 얽혀있는 이들을 가상의 얽힘의 장소 속에서 교차시킨다. 반구대 주술사의 얼굴, Atayal 부족 여성의 얼굴, 그리고 Head hunter에 의해 머리가 잘린 사람의 얼굴로 이어지며,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Atayal 부족의 전설과도 같이(시간을 너머 그들의 조상과 연결되는) 영상 속 다층적 이미지들의 교차와 녹아내림으로 그들의 얼굴을 드러내는 타자의 세계와 접촉한다.
본 전시는 영상 <Layers> 작품과 함께 외황강 지역의 생태학적 리서치를 토대로 제작된 영상<흐르는 경계; 강, 그리고 기억들>, 그리고 타자화된 몸(개인이 스스로의 존재를 타자화하는 개념에서 출발한 조형 시리즈) 조형 작품 시리즈가 전시 된다.
작품명 <Dispositif> 시리즈의 조형 작품은 “경계가 있으면서-없는 타자화된 몸” 연구 내용이며 영상 작품 <Layers>과도 연관되어 있다. 3D simulation 작업 과정을 통해서 액체화되는 이들 조형의 시간성은 가상 공간 속 서로 다른 존재자들의 layer에 접촉하는 장치 혹은 매개자로서 작동한다.
Layers展, 소금나루 작은미술관, 전시 전경 I
Layers展, 소금나루 작은미술관, 전시 전경 II
<흐르는 경계: 강, 그리고 기억들>, 싱글채널비디오, 4K, 3분 53초
Layers展, 소금나루 작은미술관, 전시 전경 III
<Dispositif_II-I>, 복합재료, 1m x 1m x 1.5m, 2025
<Figure_24_01>, 복합재료, 45cm x 55cm x 10cm, 2025
, 복합재료, 30cm x 50cm x 130cm, 2025
, 싱글채널비디오, 4K, 2분 25초, 2025
신체는 형상이다
(안소연 미술비평가)
들뢰즈(Gilles Deleuze)의 말이다. 그는 신체가 형상이라 말했고, 이어서 그 말을 조금 바꿔, 신체는 “형상의 물적 재료”라 했다. 1981년 출간된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Logique de la Sensation)』는 이처럼 신체와 형상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면서, 베이컨(Francis Bacon)의 회화를 통해 신체의 (동물적) 변형을 설명하고 있다. 조금 더 인용해 보면, “신체는 형상이지 구조가 아니”라고 말한다. “형상은 신체이기에 얼굴이 아니며, (…) 형상은 머리를 가진다”고 하면서, 들뢰즈는 “얼굴은 머리를 덮고 있는 구조화된 공간적 구성이지만 머리는 신체의 뾰족한 끝으로서 신체에 종속되어 있다”는 둘의 차이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들뢰즈가 말하는 신체의 머리는 얼굴을 해체했을 때 그 밑에 숨겨진 것이며, 이렇게 숨겨진 머리의 돌출[솟아남]이야 말로 신체가 겪는 변형이며, 이 변형들에 대하여는 “머리의 동물적 특색들”이라 했다. 말하자면, 구조적인 얼굴 밑에 숨겨진 머리, 즉 “얼굴 없는 머리”의 솟아남은, 동물적 특색으로서 “살이나 고기로서의 신체”를 환기시키며, 이는 인간과 동물의 “근본적인 동일화”를 전제함으로써 둘 사이의 “비구분의 영역”을 인정하는 셈이다.
신체와 형상에 관한 들뢰즈의 오래된 논의가 떠올랐던 까닭은, 김시흔이 “불확정성 형태”라 이름 붙인 비정형의 조각 더미를 보고 이내 “얼굴 없는 머리”의 솟아남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첫 개인전 제목은 《불확정성 형태》(2021)로, 지점토와 석고 등 복합적인 재료들을 사용해 비정형의 조각적 형상들을 제작했다.
김시흔은 이 불확정성의 형태에 관하여 “타자화된 몸”이라 했다. 그는 “현대 사회 시스템 속 개인이 스스로를 타자화 시키며 자신의 무력감을 마주하는 과정 속에서 비인간 자연을 포함하는 타자의 영역과 접촉하게 되는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한다고 밝히며, 타자화된 몸으로서 불확정성의 형태에 접근하고자 했다. 이는 또 다른 특질로서 “액체화”를 함의하는데, 그가 최근 “유연한 형태”라고 이름 붙인 비정형의 조각적 형태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요컨대, “스스로를 타자화하다(Self-otherness)”라는 개념에 다가가기 위해, 그는 일련의 유동적이면서 불확정적 형태를 유동적인 비선형의 시간성에 포함시켜 타자의 세계에 접근해 보려 했을 테다.
김시흔은 졸업 전시를 준비할 때쯤, 우연히 바닷가 바위에 붙어 있는 바다생물의 움직임을 보고 타자의 세계에 대한 생각을 갖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액체처럼 유동하는 물질, 그러한 형상들에 대한 알아차림의 순간에, 김시흔은 (들뢰즈 식으로 말해보자면) 구조적인 얼굴을 벗어 던진, “머리들”, 동물 되기의 형상에 대해 경험해 보고 싶었을 테다. 그는 삼차원의 현실 공간과 가상의 미디어 플랫폼을 교차시켜, 임의의 “타자화된 몸”의 가능성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지점토와 석고 같이 무른 소조적 재료를 가지고 그는 고정된 윤곽에서 벗어난 신체의 유동성을 형상화 하고자 했다. 가늠해 보자면, 그는 재현에서 벗어난 “살”의 감각을 뭉뚱그려 놓기 위해 구조적인 해부학적 뼈를 애초에 생략하고 “살의 솟아남”을 실현시켜 놓을 일종의 경계로서 인공적인 파이프 등의 오브제로 존재의 영역을 설정했을 것 같다. 이렇게 생성된 미지의 몸을 3D 스캔하여 가상의 플랫폼 안에 배치한 후, 그는 비현실적인 확대와 축소, 결합과 해체 등 비선형의 시공간을 표류하게 하다가, 그것을 다시 3D 프린트하여 “타자화된 몸”의 정체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러한 프로토타입의 설정을 통해 김시흔은 최근 신작을 계획하고 있다. 신작에 대한 간단한 스토리보드와 리서치 내용을 살펴보면, 현실의 생태 안에 보편적 질서로 길들여 지지 않은 타자화된 몸의 흔적을 찾아, 일상성의 권력과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타자의 세계를 포착하려는 그의 의도가 엿보인다. 그가 말하는 “타자화된 몸의 조형”은 어떤 틀을 구조화 하는 것이 아니다. 들뢰즈가 『감각의 논리』에서 베이컨의 회화 속 형상들에 대해 말했던, 일종의 “기관 없는 신체”에 대한 이미지의 연쇄와도 닮았다. 디지털 공간이라는 비선형의 시공 영역으로부터, “몸이 빠져나오고 살이 흘러내리는” 비국지적 힘에 대한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김시흔의 프로토타입에 대한 기대는 이러한 것이다. 그것 자체의 작동이 아니라, 현실의 표피와 국지적 형태의 윤곽을 벗어나 스스로 타자되기를 자처하며 끊임없이 유동하는 형상의 출현을 가능케 하는, 그것이다.
(북구예술창작소 소금나루2014 평론매칭워크숍, 2025)